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 15장 - 1:하야토·마사키

15-막간1:하야토·마사키

죄송합니다, 조금 늦어졌군요.

※이번에는 용사 하야토 시점입니다.

"파리온신이 세계를 연결하는 시간에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야. 슬슬 갈게"

 하늘에서 내려오는 부드러운 빛이 나를 감싼다.

 동료들이나 사토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나의 신체가 공중에 떠올라 시야가 빛에 삼켜져  갔다.
 희미하게 린들이 나의 이름을 부르짖는 비통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 린.

 나는 마음 속에서 동료들에게 사과한다.

 『감사, 용사』

 튜닝이 맞지 않는 라디오처럼,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 귀여운 앳된 목소리는 파리온신의 것이다.

 동시에 흘러들어 오는 이미지가, 그녀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아무래도, 나의 마왕 토벌에 감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얗게 물든 시야에서 유녀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스럽다.

 『이별, 사죄』

 ――신경쓰지마. 선택한 것은 나야.

 파리온신의 미안해 하는 듯한 사념에 목을 좌우로 흔든다.

 『다행, 미래, 축복』

 ――그래, 작별한 린들이 걱정하지 않을만큼 행복해질게.

 나의 말에, 유녀신이 웃는 얼굴의 이미지를 보내왔다.
 그래, 아이는 웃는 얼굴이 제일 잘 어울린다니까!




"이 곳은――"

 정신이 들자, 나는 돌층계 위에 서 있었다.

 ――신사의 경내?

 그렇지! 이 곳은 소환되었을 때에 있었던 신사다.

"돌아온 거구나……"

 계단을 달려 나온다.

 나는 주홍색의 신사 기둥문이 만드는 아치를 빠져나와, 배기가스 냄새로 얼룩진 도로에  뛰쳐나왔다.

"꺗"

 옆 쪽에서, 여자 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내가 뛰쳐 나온 탓에, 놀래켜 버린 것 같다.

"미안하――타치바나!"
"――어? 마사키군?"

 로리얼굴의 소꿉친구――타치바나 유미리를 찾아낸 나는, 그대로 가녀리고 어린 신체를  껴안았다.

"꺗, 자, 잠깐만 하야토 쨩! 이런 건 좀 더 로맨틱한 장소에서"

 당황하는 소꿉친구의 말에, 나는 그리움으로 오열을 억제할 수가 하지 못하고 울기 시작해 버렸다.

"뭐야? 어디 아파? 저기, 하야토 쨩 무슨 일이야"
"유미리, 유미리, 내가 돌아왔어. 돌아왔다고"

 볼품없이 울고 있는 나를, 유미리는 곤혹해 하면서도 상냥하게 껴안고 있어주었다.




"자, 페카리. 좋아하지?"
"그래, 고마워. 다시금, 페카리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곤――"

 건네진 스포츠 드링크를 보고서 다시금 눈물이 복받치고 있던 나의 얼굴에, 유미리가  손수건을 들이민다.
 좀 전에 껴안아 버렸던 탓일까, 유미리의 뺨이 붉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어라?"
"이번엔 또 뭐야"

 유미리가 수상한 듯이 눈썹을 찌푸린다.

"왜, 세일러복을 입고있어?"

 이 녀석에겐 코스프레 취미는 없을 것이다.

"너 말이지! [좀 전까지] 같이 학교에 있었잖아"

 ――좀 전, 이라고?

 나는 유미리의 눈동자를 응시한다.

"뭐, 뭐야"

 유미리가 신체의 앞에 팔을 교차시켜 가드 포즈를 취한다.
 거동이 수상할 정도로 동요하고 있지만, 내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집에 돌아간 뒤였다.

 이 시점의 나에게는, 좀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지금 몇년 몇월 몇일이야!"
"어어?"

 당황하는 유미리의 어깨를 잡고서 묻는다.

"가르쳐 줘!"
"으, 응……2013년의 3월 3일, 하는 김에 시간도 말할까? 12시 15분이야"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일자는 틀림없다.
 
 [오늘은 내가 소환된 날]이다.

"시간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을텐데……"
"잠깐, 중2병은 중학교에서 졸업해달라고 말했었지? 또 도진거야?"

 나의 중얼거림을 듣고서 유미리가 뭔가를 말했지만, 나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철썩철썩 손대고 있었다.

"정말, 괜찮아?"
"거울! 거울은 없어?"
"있는데?"

 걱정스런 표정이 된 유미리가 내민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본다.

 ――고교생때의 나다.

"어라? 그러고 보니 왜 신사복 같은 걸 입고 있는 거야? 아르바이트 면접이야?"
"이야기하자면 길어지겠지만――"

 나는 유녀신의 써프라이즈에, 유쾌한 기분이 되어, 유미리에게 이세계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전혀 믿지 않았던 유미리였지만, 내가 손가락의 힘만으로 동전을 4개로 접어 버리자 그제서야 납득해 주었다.

 스킬은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있었고, 이세계 용사를 하고 있었을 때에 비하면 근력도  슬플 정도로 내려가 있었지만, 충분히 상식외의 힘이 남아 있었으므로 간단하게 실연할  수 있던 것이다.
 아마도, 조금만 훈련하면 초일류 운동선수와 어깨를 나란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흐음, 그것 참 힘들었겠네. 그래서 이세계에서 연인이라든지 처자식은 남기고 와 버린 거야?"

 말이 가볍다.
 아무래도, 완전히 믿고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뭐, 됐나.

 나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면 웃어넘기고 말 것이다.

"아니, 연인도 처자식도 없어――"

 ――나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내가 응시하자 유미리가 뺨을 물들인다.

 아리사 왕녀의 일은 입다물고 있도록 하자.

"미안해 유미리, 난 집에 돌아가서 여동생한테 『다녀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러 가야 해"

 내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왠지 허탕을 먹은 듯한 유미리가, 기가막힌 듯한 표정으로 「바이바이」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응, 내일 보자"

 유미리의 무심한 인사에 뺨이 느슨해진다.

"그래, 내일 보자"
"잘가~"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유미리가 만족한 듯이 보였다.




"이치로 오빠의 친구?"

 사토와 닮은 듯한 미녀가, 수상한 듯이 나를 응시한다.

"네, 거기서 맡겨진 편지를 보내드리러 왔습니다"
"당신, 몇 살이야?"
"2――17살 입니다"

 하마터면, 이세계에 있었을 때의 연령을 대답할 뻔했다.

"그러면, 7살 때 이치로 오빠랑 알게 된 사이야?"

 ――무슨 의미지?

 "아니오, 2년 정도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래――"

 가면과도 같은 표정의 미녀가, 「돌아가」라고 말하며 현관의 안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 기다려 주세요. 편지만이라도"
"장난이라면, 딴 데가서 해 줘――"

 매몰찬 목소리로 말하며, 눈앞에서 철썩 현관의 문이 닫혀졌다.

"어라? 우리 집에 무슨 용건이라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되돌아 보자, 사토와 빼닮은 중년 여성이 쇼핑봉투를 한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스즈키 이치로씨의 어머니십니까?"
"어어, 그런데?"

 나는 자칭한 후, 방금전의 그녀에게 말한 것과 동일한 것을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아들이 10년전에 행방불명이 된 걸 혹시 알고 있니?"
"10년 전, 인가요? 일단, 명함도 받아 뒀습니다만――"

 나는 사토에게서 받은 명함을 그녀에게 전한다.

"아마도, 착각일거야. 그 아이는 대학 재학중에 행방불명이 되었어. 어디에도 근무했던  적은 없었을거야"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서, 사토가 말했던 「세계가 다를지도 몰라」라고 하는 말을 떠올 려 냈다.
 나는 그녀에게 소란스럽게 했던 것을 사과하며 스즈키가를 떠났다.




"*하야토 오바, 어하고 이서?"
(*「ハヤトにぃ、あにしてう?」, 아마도 3살박이라서 혀가 짧던가 말을 잘 모르는 듯  합니다.)

 3세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여동생인 아니카가, 서툴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개집 만들고 있어"
"머멍이! 머멍이 기르느거야?"

 마나카가 나의 등에 기어오르며, 기쁜 듯이 묻는다.

 오늘도 굉장히 귀엽다.
 그야말로 천사다.

"그렇군. 길러볼까"
"와ー아"

 마나카가 기쁜듯이, 깡총 날아 뛴다.
 나의 등에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마나카를 재빠르게 지탱하며, 잔디의 지면에 내려 주었다.

"크은 머멍이가 됴아!"
"그래 그래. 그럼, 큰 개를 길러보자"
"응!"

 개의 등을 타는 프리티한 여동생의 사진이 라이브러리에 늘어날 것 같다.
 마나카는 그 후 당분간 나의 개집 만들기를 보고 있었지만, 도중에 꾸벅꾸벅하기 시작 했으므로, 거실의 소파에 재워두고 왔다.

"――좋아, 완성"

 나는 마지막으로, 「사토」라고 쓰여진 명찰을 개집에 붙여둔다.
 이 명찰은 저 쪽 세계의 「사토」에게서 받은 것이다.

 나는 손을 팡팡 털고서, 톱밥이나 먼지를 턴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오두막을 세워줬으면 한다니, 사토의 소원은 잘 모르겠군"

 나는 한바탕 기지개를 키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하야토 쨩 있어ー?"

 현관 앞에서 소꿉친구 타치바나 유미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의 재회 이후에, 그녀는 나를「마사키군」이 아니라, 옛날처럼 「하야토 쨩」라고  부르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심하게 조롱당했지만, 뭔가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을 수 있던 것 같아 기뻤 기 때문에, 조롱당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놀림도 줄어들게 되었다.

"있어ー!"

 개집을 자랑해 주려고, 뜰에서 유미리에게 말을 건다.

 그 때, 배후에 기색이 생겼다.

"안녕하세요, 하야토님. 오래간만입니다"

 되돌아 본 나의 시야의 끝에는, 30살 약간 이전으로 보이는 사내가 개집에서 나오려던  참이었다.

"설마, 사토인가?"
"네, 오래간만입니다"

 분위기는 그대로 인채로 나이를 먹은 듯한 친구가 거기에 있었다.
 어떻게해서 세계를 건너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토라면 가볍게 해치워 버릴 것 같다 .

"잘 왔어. 오래간만에 만날 수 있어 기쁘군"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단 수개월 정도였으나, 사토의 입장에서는 10년 정도일 것이다.

"사토, 그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재회의 포옹을 주고 받으면서, 세계를 건너 나타난 친구의 목적을 물어보았다.




"하, 하야토 쨩? 누나, BL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재회의 포옹을 주고 받는 우리들을 본 유미리가, 엉뚱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야토씨의 누님이신가요?"
"아, 아뇨, 저는 마사키군의 소꿉친구로 클래스메이트인 타치바나 유미리입니다"

 사토가 붙임성 있게 유미리에게 말을 건다.
 유미리의 이름을 들은 사토가 「타치바나?」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는 예전에, 하야토씨가 큰돈이 든 가방을 찾아주셨던 적이 있습니다"
"가방 말씀이신가요?"
"예에, 그렇습니다. 그 가방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사토는 일류의 사기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눈 깜짝할 새에 구슬려진 유미리는, 「별 일 아니니까, 내일 학교에서 이야기할게」 라고 말하며 돌아갔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군요"
"아아, 그 말대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흘리고서, 재차 사토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 쪽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만약, 나의 힘이 필요하다면, 진력(尽力)은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잠시 아리사에게 부탁받아서"
"마이 허니에게ー미안"

 어이쿠, 이젠 사토의 신부가 되어 아이도 생겼을 무렵이다.

"아니요, 호칭은 편하실 데로"

 사토는 변함없이 웃는 얼굴이다.
 어째선지,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를 묘하게 맛있게 즐기고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내가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말해 줘"
"그럼, 근처의 약국이나 슈퍼까지 안내받을 수 있을까요?"

――약국이라고?

"아리사가 인스턴트 식품을 먹고 싶다고 하기에, 다양한 종류를 입수해볼 까 해서"

 ――하아?

 열린 입이 닫히지 않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
 설마, 신들조차 가벼이 할 수 없는 세계간전이를 해 온 목적이, 인스턴트 식품을 직매 하기 위해서였다니!

"너는 변함없구나……"

 나는 탄식하면서, 친구의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 마을을 안내한다.

"면허증 같은 걸 가지고 있었구나"
"예에, 신분 증명서가 없으면 환금할 수 없으니까 말이죠"

 사토는 귀금속 매입의 가게로 황금의 수수께끼 오브젝트를 매각하여 자금을 준비하였다 .
 환금 이후에, 뒷골목에 들어간 사토가, 익숙한 모습의 15세 정도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쪽 세계에서는 환영 마법의 효과가 짧네요"

 아무래도, 저 쪽에서 15년이 경과한 것이 아니라, 면허증의 모습에 맞추어 늙은 모습으 로 변해있었던 것 뿐이었던 것 같다.
 몇 상자분의 인스턴트 식품을 구입한 사토는 만족한 듯이, 이세계로 돌아갔다.

 그 뒤에도, 몇개월마다 한 번씩 놀러 오게 되었다.

 어린 모습으로 젊어진 린을 데려 왔을 때는 놀랐으나, 지금은 유미리나 마나카들과 사 이좋게 지내고 있다.
 이 세계의 호적은 사토가 준비해 주었다.
 변함없는 치트 성능으로, 실로 믿음직스럽다.

"사토, 저 쪽은 어때?"
"예에, 이 쪽 세계와 동일하게, 정말 평화롭습니다"

 뜰에서 노는 여동생들을 바라보며, 사토에게 묻는다.

"이봐, 이거 네가 한 일인거 아냐?"

 이 곳에 돌아왔을 때 텔레비젼을 뒤흔들고 있던 전쟁이나 대재해가, 사토가 놀러왔을  때마다 줄어들고 있었다.

 사토는 생긋 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어느 세계에 있든 사토는 사토인 모양이다.


※다음 화 업데이트는 2/26(일) 예정입니다.

※본편의 전개에 따라서는 ◆이후가 변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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