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 15장 - 36화 천벌5, 금단의 기사

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デスマーチからはじまる異世界狂想曲)

15-36. 천벌[5], 금단(禁断)의 기사

※(역자 주) 이번 화는 사토의 시점이 아닌, 리트딜트의 시점입니다.



"빛의 거인――신이 현현(顕現)한건가!"

 단장의 소리에 되돌아 보자, 사도와 마왕이 싸우고 있던 장소 부근에 노란 거인이 출현하고 있었다.

"리트딜트 피해!"

 부단장의 고함소리에, 주위도 확인하지 않고서 전방으로 도약하여, 쥐마왕의 모피로 만든 망토로 몸을 가린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에서 동료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전방에서 보이는 길가에서 노란 빛을 쏘이더니, 하얀 소금으로 바뀌어간다.

"마, 마먹이 새가!"

 호인(虎人) 기사 다제림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전방에서 하얀 꼬리를 끌며 날아다니고 있던 「마먹이 새」가 공중 분해하여 무너져 간다.

"신들의 천벌인가……"
"저런 저주의 신따윈, 재앙의 신이라 부르는 걸로 충분하겠지"

 사사건건 내게 트집을 잡는 부단장과는 성격이 맞지 않지만, 그 의견만은 동의 한다.
 방금전에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위기 감지가 경종을 울린다.

"――빛나는 저건 뭐지?"

 시선의 끝에서는 구름 사이로부터 빠지는 빛 줄기 사이에서, 빛나는 무수한 오브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곽이 애매모호하지만, 입방체에 가까운 느낌이다.

"재앙신의 권속인가!"

 재앙신을 가세하기 위해 나타났을 것이다.

"여기도 와버리다니!"
"우리들도 신의 적이라고 간주했나 보네――총원『궁전 기사단(템플·나이츠)』의 저력을 재앙의 신에게 보여주도록 해라!"
"""예엡!!"""

 단장의 명령에 응하여, 전원이 입방체들에게 덤벼든다.

"마검이 효과가 없다니?"
"이 몸의 성도 모노포시·*조도 반응이 약한걸"
(*조(ザォ):자오로 해야할지, 조로 번역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조로 남깁니다.)

 동료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나의 애검으로도 물을 베는 것처럼 어설픈 반응 밖에 오지 않는다.
 이 입방체들도 사도의 일종인 것 같다.

"총원, 사도전에서 사용했던 백(白) 검의 사용을 허가한다!"

 용아분(竜牙粉)이 도포된 백 검은, 사용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단장은 재앙신과의 싸울 때까지 온존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 전에 입방체들에게 살해당하고 말아서야, 본말 전도라고 판단했던 것이겠지.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당연하지! 황제 폐하와 참모님의 비책이잖냐"

 무기만 통한다면, 속도만 가지고 덤벼 들어오는 입방체들을, 연계하여 쓰러뜨리는 것은 문제없다.
 우리들은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입방체들을 쓰러뜨려 갔다.

 걱정되는 점은 백 검의 남은 사용 횟수뿐――.


◇


"리트딜트! 일로 와!"

 사자(獅子) 기사 길젬이 나를 부른다.

"길젬(ギルゼム) 경?"
"단장에게서 일부 궁전 기사(템플·나이트)에게 소집 지령이 내려졌다"
"그렇지만, 이 곳을 떠날 수는……"
"시끄러워! 명령이다! 저런 입방체 따윈, 갈바(グァルバ) 부장에게 맡겨 두도록 해"

 사자 기사 길젬에게 팔을 붙잡히고서 나는 소집 장소로 끌려갔다.

 ――궁전?

 끌려간 곳은 하얗게 물든 제도의 중앙에 있는 궁전이었다.
 성문 앞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13인의 궁전 기사(템플·나이트)들이 모여있다.

"단장! 이런 상황에서――"

 안경의 쥐 기사 모빗트(モービット)가 단장에게 덤벼들려고 한, 그 때였다.

"――뭣"

 궁전을 뚫고 보라색의 거대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야생의 족제비와 닮은 이형(異形)을 지니고 있다.
 그 짐승이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무섭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전력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공포가 나의 마음을 휘저었다.

"마, 마왕……"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단장 이외의 동료들이 백 검을 뽑아 들었다.
 이미 흰색 광채를 잃어버린 검도 많이 있다.

"삼가라! 폐하의 어전이다!」

 단장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모르겠나?"
"참모――공?"

 궁전 내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참모 공과 똑닮은 전생자였다.
 반들반들한 참모 공의 머리에 이렇게나 긴 보라색의 머리카락이 나 있을 리가 없다.

"저기 계신 분은 폐하다. 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사람의 형태를 버리신 것이다"

 확실히, 그 이형의 눈동자에는 지성의 빛이 있다.

"들어라! 너희들은 싸움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참모 공에게 재촉받은 단장이, 자세를 바로잡고서 소리를 지른다.

"그러니, 이것을 내려주마"

 단장의 옆에 떠오르는 플레이트에서는, 뒤틀린 암자색으로 흐릿하게 빛나는 뿔처럼 생긴 것이 몇 개인가가 나타나 있었다.

"이, 이것은?"
"폐하에게서 맡아 두었던, 태고의 비보(아티팩트)――*염마각이다"
(*염마각(捻魔角):마를 지닌 뿔.)

 염마각에게서 굉장한 장기나 저주가 느껴진다.

"염마각을 잘 다룰 수 있다면, 신에게 저항하는, 용사를 뛰어넘는 힘을 얻을 수 있지"

 그 말에, 동료들이 대담한 미소를 띄우며 염마각의 앞으로 모여든다.

"단!"

 당장이라도 염마각에 손을 뻗을 것 같은 동료들을 멈춰 세우듯이, 단장이 말을 이어간다.

"단, 큰 대가가 요구되는 것이지"

 단장이 짐승으로 변한 폐하를 올려다본다.

 『자유를 갈구하는 고결한 기사들이여』

 기괴한 울림을 띤 목소리가 궁전 앞에 울려퍼진다.

 『백성의 자유를 위하여』

 틀림없이, 경애하는 폐하의 목소리다.

 『인류를 지배자들에게서 해방하기 위하여』

 그 말에는 결의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너희들의 사람으로서 지닌 모든 것을 원하니라』

 말을 끝낸 폐하가, 시선을 노란 거인으로 돌린다.

"강요는 하지 않겠다"

 단장은 그렇게 말하며, 주저 없이 뒤틀린 뿔을 손에 들었다.
 그것을 본 동료들도, 앞 다투어 손을 뻗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염마각은 단 하나.

 나는 모두의 시선에 버티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한 개를 손에 들었다.

 그것을 지켜본 단장이, 염마각을 이마에 갖다 대었다.

"자유를 향한 갈망을!"

 그렇게 외치며, 단장에게서 흰 털이 출렁이더니, 부글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형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무서운 변화를 보고서도, 동료들은 입술을 깨물면서 버티며, 방금전에 단장이 했던 것처럼 염마각을 이마에 갖다 댄다.

"""자유를 향한 갈망을!"""

 동료들이 이형으로 변해간다.
 사람의 모습을 잃고서, 이성마저도 잃어버린 동료들이 짐승의 포효를 내지른다.

 불쑥불쑥하는 인간의 신체에서 나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리에 뒤섞여서, 풀썩하는 메마른 소리가 귀에 닿았다.
 지나친 공포와 잔혹함에, 무심코 염마각을 떨어뜨린 모양이다.

 나는 당황하며 염마각으로 손을 뻗는다.

 그렇지만, 나의 뒤에서 흰 털이 솟아나온 손이 뻗어져 나와, 염마각을 주워 든다.

"부단장!"

 하얀 손의 주인은 부단장 갈바였다.

"이 건, 이 몸의 것이야. 너한테는 아직 일러――"

 갈바의 입가가 초승달을 그리며, 「자유를 향한 갈망을!」이라며 외친다.
 이형으로 바뀐 갈바가, 희미하게 「――너는 변하지 마라」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다.

"가라! 상급 마족들이여! 마신을 받드는 [자유]의 군단이여!"

 참모가 이형으로 변한 동료들을 향하여 외친다.

"어리석은 신들의 가호라는 이름의 쇠사슬과 족쇄를 지금이야말로 깨부수는 거다!"

 미친듯이 웃어제끼는 참모가, 마치 사람을 타락시키고자 하는 악마처럼 보였다.


◇


『나의 행운을 그들에게!』

 폐하의 주위로 모여든 이형의 동료들에게, 폐하의 축복이 옅은 보라색의 빛이 되어 쏟아진다.

 그 폐하의 얼굴이 이쪽을 향했다.

 『리트딜트여, 나의 기사여. 우리들 제국의 싸움을 끝까지 지켜보고서, 후세에게 전하도록 해라』
"――폐하?"

 폐하의 시선이 참모에게 향한다.

 『참모여. 지금까지 수고했느니라. 네 녀석의 주인의 곁으로 돌아가거라』

 폐하와 참모가 서로를 바라본다.

 ――네 녀석의 주인?

 폐하의 말이라면, 마치――.

"그런가, 그러면 마지막 불꽃놀이의 로망은 그녀에게 양보하지"

 참모가 붉은 돌기가 달린 석장을 폐하에게 내걸어 보인 뒤, 나에게 내밀어 왔다.
 무심코 받아들고만 그것은, 「자폭 장치」라고 예전에 폐하가 말씀하시고 있었던 마법 장치의 기동열쇠였을 것이다.

 무심코 받아들고 말았지만, 폐하의 명령을 받들고 있는 이상, 이 자폭 장치를 기동시킬 수는 없다.

"작별이다, 타로우. 네 녀석과 제국을 일구어내는 것은 실로 즐거웠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보(吉報)를 기다리겠다"

 작별을 고한 참모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흐릿해 지더니, 하늘에 녹아서 사라져 버렸다.
 돌려주지도 하지 못하고, 내 손에 남아있는 자폭 장치를 보고서 망연자실한다.

 『이어서, 충의의 기사들이여! 자이크온을 무찌르자!』

 폐하에게 인솔된 이형의 동료들이 전장으로 출진했다.

 나는 모두가 사라진 새하얀 궁성에서, 폐하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전쟁으로 발생한 폭풍에 무너져, 아름다웠던 제도가 새하얀 모래폭풍이 되어 간다.

 꿈도 희망도 영광도 있었던 제도가, 한 순간의 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형이 되어, 짐승처럼 되는 길을 선택하여 폐하를 향한 충의를 지킨 동료들도, 노란 거인에게 닿을 때마다 검은 안개가 되어 사라져 간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아아, 나를 두고 가지 말아 줘……"

 그런 혼잣말에 대답해줄 사람 따위는 있을 리가 없고, 노란 거인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궁성으로 발을 내딛는다.
 마치, 이 궁성에 거인이 원하는 것이 있는 것 처럼――.



※다음 회 「15-37. 천벌[6], 용사VS」는,12/25(일)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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